‘여신 3부작’ 다시 낸 현경 교수
현경(정현경·사진) 미국 유니온신학대학 교수는 이달 중순 귀국하자마자 단식원에 들어갔다. “환골탈태하고 싶었다”고 했다. 일주일을 굶은 뒤 곧바로 서울 공덕동 <한겨레> 본사를 찾은 그는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미국에선 요새 평균수명 120살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제가 올해 만 58살인데, 지금까지 60년은 준비기간이었고 앞으로 60년은 통합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최근 12년 만에 ‘여신 3부작’을 재출간했다. 2001년 12월 펴낸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2권과 <미래에서 온 편지>(열림원)다. <결국은…>은 미국 뉴욕과 히말라야에서 내면의 ‘여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렸고, <미래에서…>는 조카에게 보내는 글이다. 오랜 출판시장의 위기에도 8만여권이 팔려나갔다.
“12년 전 ‘여신’ ‘치유’는 낯선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여신 포스’라는 말을 쓰잖아요? 전보다 한층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도, 물론 구체적인 정책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소녀들에게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고 봅니다.”
나윤선·홍석천씨 헌사 넣고
내면의 ‘여신’ 찾는 여정 그려
“자기안의 고통 드러내야 치유
성공한 남성들에게 필요하죠”
개정판은 인물명, 노래 제목, 사실관계의 정확성을 높였다. 일러스트를 그린 곽선영 화가도 한층 성숙한 작품을 선보였고,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씨와 배우 홍석천씨 등 열렬한 ‘지지자’들의 헌사도 새로 실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 책을 읽고 다시 태어났다”고 밝혔다. 누구나 남녀를 떠나 약하고 부드러울 수 있으며, 동시에 강하고 진취적일 수도 있다. 그가 말하는 ‘여신성’은 지금껏 세상 사람들이 약점이라며 소홀히 취급하고 외면해온 내면을 재발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톺아볼 가치가 크다.
“외국에선 연약함의 윤리, 부드러움의 신학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즘 독일에서 심리치료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데, 수강생 중에 성공한 남성들이 얼마나 발버둥치면서 우는지 몰라요. 가정폭력의 기억들을 다 드러내면서 통곡하는데 그들이 그간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해왔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죠.”
그는 무엇보다 남북 여성들의 평화와 소통을 위해 만든 사단법인 ‘조각보’의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많은 북한이주여성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를 접하고 치유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외국에선 5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북에서 억압적으로 살다가 국경을 건너간 여성들이 중국에서부터 너무도 가슴 아픈 폭력에 시달린 사례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웬만한 힐링 방법으론 회복이 어렵습니다. 강력한 치유(세러피)가 필요해요.” 그는 “상호성, 이해, 소통, 투명성”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아름다움의 세례를 퍼붓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1989년 30대 초반에 신학 교수가 된 뒤 30년 동안 불교 공부를 하면서 2008년 ‘법사’ 자격을 받은 것도 종교를 넘어 통합적인 자아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말을 할 때도 굳이 불교 언어를 피하지 않았다. “보살이란 말이 너무너무 좋고, 모두가 깨달을 때까지는 기꺼이 100만번도 더 이 세상에 돌아오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 우리의 고통은 새 세계를 여는 산통이겠죠. 내면에서 산전·수전·공중전, 핵전쟁까지 치른 뒤 만나는 ‘아름다움’이 정말 우리를 구원할 거예요. 21세기의 영성은 뷰티, 아름다움이 될 거예요. 남녀 모두 고통에서 해방되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한번 아름답게 살아볼 때까지 저는 계속 돌아올 겁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_ 한겨레 기사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6218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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