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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가혹한 운명에도 기적은 일어난다…같은 확률로 | ||
2013/06/04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수 : 4,670 |
이정명 새 장편 \'천국의 소년\' 출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안길모, 마약밀매와 불법도박, 사기, 밀입국, 게다가 살인까지 저질러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떨어진 국제범죄자다. 출생지는 평양이고 어릴 적부터 수학에 천재적 재능을 보여 김정일 동지의 모교인 평양 제1중학교에 진학했다. 자폐증상이 있고 몸에 손을 대는 걸 싫어해 아버지도 그를 안아주지 못했다. 오직 수학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싶어하고 보통의 방식으로는 대화하기 어려운 남자다. "놈은 정상인들조차 상상하지 못할 짓을 저질렀소. 머리가 모자란 놈이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이오?"(1권 19쪽) 길모가 정상인들조차 상상하지 못할 짓에 몸을 들였던 것은 그가 어느 순간부터는 한 줌의 정상적인 상황도 마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의사였던 아버지가 지하 기독교도임이 발각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간 순간부터다. 이정명의 새 장편 \'천국의 소년\'에서 길모는 인생의 험한 철로에 본의 아니게 올라탄다. 수용소를 탈출해 두만강을 건너고 상하이와 마카오, 서울, 멕시코시티, 뉴욕을 거쳐 스위스 베른에 이르기까지 길모의 여정은 운명이라고 할 밖에 도리가 없는 아이러니와 참담함의 연속이다. 꽃제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죽고 사는 일이 경각에 달린 길모에게 상하이로 가방 두 개를 전달하는 일이 들어온다. 길모는 몰랐지만 가방 안에는 마약이 들었다. 이 일을 부탁한 건 연길 지역에서 힘깨나 쓰던 영규 영감님이고 길모와 친구 날치는 비빌 언덕도 없이 하루하루 살기 바쁜 처지다. 이렇게 되면 길모만 작정하고 비난할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길모의 인생은 점점 설명하기 어려운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숫자로, 수식으로 명료하게 인생을 설명하고 싶었던 길모였지만 그의 인생은 그의 의지와 정반대로 흘러간다. 인생이 수식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 고통과 배신과 거짓으로만 채워져 있는 것도 아니다. 수용소에서의 처참하고 빈번한 죽음을 어린 눈으로 목격하고 자란 길모지만 그의 생을 이어지게 한 원천이었던 바람과 약속이 어느 순간 이루어진다. 가혹한 운명의 확률과 놀라운 기적의 확률은 인생의 긴 시간을 생각했을 때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곳까지 온 것은 운명에 승리했기 때문이에요. 나는 운명이 나와 영애에게 저지르려고 했던 몹쓸 짓을 뭉개버렸어요. 운명은 나에게 끊임없이 절망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절망하는 대신 마법 같은 기적을 믿었지요."(2권 275쪽) 길모가 마주하는 수많은 우연에 가끔은 개연성이 덜해 보이고, 수식으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길모의 집요함이 때로 책읽기에 방해가 된다. 그러나 불과 열 몇 살이란 어린 나이에 목숨을 걸고 수용소를 탈출하고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는 운명과의 대면이 어떤 먹먹함을 준다. 이정명은 TV 드라마로 제작돼 사랑받았던 소설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의 작가다. 지난해 윤동주의 시를 불태운 검열관의 이야기를 다룬 \'별을 스치는 바람\'을 출간했다. 열림원. 1권 296쪽·2권 292쪽. 각 1만2천원. nari@yna.co.kr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62968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