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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책과 삶]탈북 수학 천재, 수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2013/06/10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5,149

▲ 천국의 소년…이정명 | 열림원 | 1권 296쪽·2권 292쪽 | 각권 1만2000원

마침, 탈북소년들이 라오스에서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의 진상이야 어찌됐든 간에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 ‘팩션소설’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정명이 마치 사건을 예견이라도 하듯, 탈북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천국의 소년>(부제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 이야기’)을 펴냈다.

2009년 2월, 뉴욕의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미국에 망명해 북한인권단체를 이끌고 있던 북한 출신 사내. 사체와 함께 의문의 숫자와 그림, 문장이 발견되고 총상을 입고 살인현장에 남아 있던 20대 초반의 남성이 용의자로 검거된다. 

안길모. 아스퍼거증후군인 그의 정신연령은, 4년에 한 살씩, 불과 여섯 살이다. 그러나 자폐증상과 겹쳐 일어나는 서번트증후군으로 수학 능력은 세계적인 석학 못지않다. 경찰의 취조를 받는 과정에서 길모가 북한을 탈출한 ‘꽃제비’ 출신임이 드러난다.

어릴 때부터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 길모는 세계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할 북한 대표로 양성되기 위해 평양 제1중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틈이 나면 대동강에 전시된 미국 해군함정 푸에블로호를 보러 다닌다. 그곳에서 길모는 푸에블로호 나포 작전의 영웅이었던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주인을 찾아주라며 작전 당시 미군 포로로부터 노획한 수첩과 ‘오디세이아’라는 책을 길모에게 건네준다.

아버지가 성경을 소지했다가 적발되는 바람에 길모의 가족은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길모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를 하다 끌려온 강씨 아저씨와 그의 딸 영애를 만난다. 강씨는 길모에게 자신의 딸을 부탁한다. 강씨가 죽자 강씨의 가족들은 방면되고 영애도 수용소를 떠난다.

길모는 먼저 떠난 영애를 찾아 수용소를 탈출해 ‘꽃제비’ 생활을 하며 떠돈다. 배고픔과 왕초의 학대에 시달리던 길모는 두만강을 건널 결심을 한다. 작가 이정명은 길모를 옌지, 상하이, 마카오를 거쳐 서울로 데려온다. 그러나 길모는 서울이란 곳이 북한과 마찬가지로 자유가 없는 곳임을 깨닫는다. ‘공화국 주민들이 주체사상과 수령님에게 얽매인 것처럼 자본주의자들의 삶은 숫자에 지배당하고 있어.’(2권 125쪽) 결국 길모는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간다. 식당일을 하며 영애를 찾아나선 길모가 만난 영애는 이미 탈북주민의 영주권 브로커인 사내의 여자가 돼 있었다. 수용소 강씨 아저씨가 북한의 외화벌이를 하며 몰래 숨겨놨던 비밀계좌 그리고 비밀번호….

 


작가 이정명은 <천국의 소년>을 쓰기 위해 참고한 책과 문헌들을 책 말미에 적어놓았다. 탈북자들의 수기, 멕시코를 통한 미국 불법입국에 관한 기사와 저작, 미국 거주 탈북난민을 추적한 기사 등 많은 참고문헌들이 동원됐다.

특히 수와 수학에 숨어 있는 신비한 현상들을 자주 소개해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길모가 ‘헤어진 것들은 다시 만난다’는 암호로 쓰는 카프리카 수 ‘60481729’ 같은 것이 그 예다. 인도의 수학자 카프리카가 발견한 카프리카 수는 어떤 수를 반으로 나눠 두 수를 더한 뒤 그 수를 제곱하면 원래의 수가 되는 수를 말한다. 6048+1729=7777, 7777×7777=60481729. ‘7777은 여덟 자리 카프리카 수 60481729를 감추고 있어. 6048과 1729가 서로 헤어져 오래 못 만나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해주지. 20년의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를 다시 만나듯이….’ 이정명은 소설 <천국의 소년>을 특유의 미스터리 형식으로 끌고나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윤성노 기자 ysn04@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6072204165&code=9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