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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들
가격 : 7,900원
작가 : 최인호
페이지 : 84p
발행일 : 2006-11-22
ISBN : 89-7063-535-1
책소개

최인호가 들려주는 환상과 잠언의 세계

우리들의 인생이란 한갓 풀 같은 것.
들에 핀 들꽃처럼 한번 피었다가도 스치는 바람결에 이미 사라져
그 서 있던 자리조차 찾을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꿈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최인호

청년작가 최인호의 소설 『이상한 사람들』이 25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독자들을 찾아왔다. 25년은 바닷거북이 알을 깨고 나온 기원의 장소로 회귀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이상한 사람들』은 바닷거북처럼 느리고 아둔하게, 독자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으며 그 시간을 건너왔다. 「포플러나무」의 경우 미국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2년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낭독하였을 만큼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상한 사람들』은 마르케스의 환상성을 능가하는 시적(詩的)인 환상성으로 충만한 소설이다. 경전의 잠언과도 같은 언어들로 가득하다. 최인호는 25년 전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장엄미사를 올리듯 한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이상한 사람들』을 써내려갔다고 고백한다.

‘이상한 사람들’은 내가 서른여섯 살에 쓴 작품이면서도 과연 그것이 내가 쓴 작품이었던가, 그 작품을 쓸 때에 나는 분명 존재하고 있었던가 하는 이상한 착시현상을 느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5년 만에 『이상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내가 쓴 소설이었으면서도 신선한 감동을 느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내 자신이 1987년에 가톨릭에 귀의하여 신앙을 갖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6,7년 전 『이상한 사람들』을 쓸 때 이미 충분히 종교적 사유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상한 사람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집을 갖는 것이 평생소원인 사람, 높이 더 높이 뛰어올라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려는 사람, 어느 날 갑자기 침묵해버린 사람.

그들은 아둔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되었으며 사회에 부적응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행동과 삶은 자폐적이며 기형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은 얼핏 모래나 티끌처럼 작아 보이지만, 자폐적이며 불구의 영혼을 가진 듯 보이지만, 이 시대의 진정한 거인들이다. 침묵 속에서 내뱉는 그들의 말은 경전 속 잠언처럼, 바위와도 같이 무디어진 우리의 영혼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이상한 사람들』의 일러스트를 책임진 김무연은 촉망받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언어로만 존재하던 이상한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살려냈다. 김무연의 그림은 한 권의 아름다운 동화(童畵)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상한 사람들 1 ―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이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그의 집 한 칸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이 우주는 모두 그의 집이다”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사닥다리 위에 올라가서 잠이 들었다.
우리들은 그곳을 다락방이라고 불렀다.
그는 사닥다리에 그가 산 우표 한 장을 붙였다.
그것은 그의 집을 유일하게 치장시켜주는 단 하나의 그림 액자였다.
액자에는 먼 나라의 여왕 초상화가 새겨져 있었다.


이상한 사람들 2 ― 포플러나무

그는 절뚝거리며 먼 길을 뛰었다.
그의 몸은 하늘 위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오랫동안 그가 다시 지상에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영영 내려오지 않았다.
아주 오랜 후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은 낡은 신발 한 짝이었다.

이상한 사람들 3 ― 침묵은 금이다

말을 끊는 동안 그는 어둠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며,
꽃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며,
물과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말은 바람과 이야기하는 통로를 막는 차단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인간의 방언(方言)이었다.

이상하다. 『이상한 사람들』에는 이상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치명적 고통을 잊고자 하늘 끝으로 높이뛰기 하는 사람, 가식으로 가득 찬 언어를 버리고 스스로 입을 다문 사람, 그저 집 하나를 가지고 싶었을 뿐인 일생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사람…… 누가 이들을 이상하다고 하는가. 이 누추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마에 낙인을 찍은 자, 누구인가.

작가는 일견 기이해 보이는 인물들의 인생유전을 통해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경계를 묻는다. 우리 삶의 숨겨진 모퉁이를, 멈추어 돌아보게 만든다. 영혼의 안마당에 아주 더디게 자라나는 사과나무 한 그루 씩을 심도록 한다.

2006년 겨울 다시 『이상한 사람들』을 읽으며, 아아, 최인호가 이만한 작가였구나, 새삼 깨닫는다. 놀랍게도 25년 전의 최인호 문학은 이미 현대적 소설 규범을 뛰어넘는 열린 상상력의 세계를 선취한 것이다. -정이현(소설가)
저자소개

최인호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6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되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의 방』『잠자는 신화』『영가』『개미의 탑』『위대한 유산』 등이,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도시의 사냥꾼』『잃어버린 왕국』『길 없는 길』『왕도의 비밀』(1995, 2004년 『제왕의 문』으로 개제) ,『상도』『해신』『제4의 제국』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